자유게시판
· 2022.10.08 2022.10.08 02:40 (UTC+0)
· 2022.10.03 2022.10.03 11:32 (UTC+0)
[과몰입 감상평] 센추리 : 앤램
묵직한 잉크의 냄새가 툭 터지고 이어서 낡은 종이 위로 뭉쳐 번진다. 아이고 이런ㅡ,   짧은 한숨과도 같은 탄식이 번지는 잉크처럼 조용한 공간을 울린 뒤에야 무언가를 닦아내듯 연신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언제 달그락거림이 있었냐는듯 잠깐의 조용함 이후 갑작스럽게 창문의 바깥을 가로지르는 검은 그림자와 우르르 울리는 땅울림이 들리고 서둘러 뛰쳐나가는 발소리와 함께 대형 짐승이 그르렁거린다." 야 이 용놈아! "바깥을 나오니 이거 원 난리가 난리도 아니라고, 열심히 일궈놓은 밭은 하늘에서 착지한 녀석들의 발에 뒤집히고-그 와중 발에 밟혀 으깨진 것 포함해서-천방지축이 따로 없는 것처럼 삐룩대며 따라 다니는 새끼용들까지 새삼스럽게 머리가 아파온다. 자, 여기서 새삼스럽게 용이 날아다니는 세계에 똑 떨어져 밭 일구며 살아가는 현대인은 어떻게 해야할까? " 아이고-, 아이고, 내 귀한 감자가 죄다 뭉그러지게 생겼네..!!!! "뭐긴 뭐야, 그냥 감자나 붙잡고 울어야지.마치 자기들은 안 그런것마냥 붙잡고 우는 감자를 물어다주는 행태에 기가 막혀 짜내려던 눈물도 쏙 들어가려던 찰나에 보란듯이 우적우적 감자를 씹어대는 발요르드 황야의 모습에 뒷골이 당겨왔다. 아니 나한테 도대체 이러는 이유가 있으실거 아니예요, 정말. 슬픈건지, 화가 난 건지 모를 기분을 조용히 맛보다가 일단은 다가와 주둥이부터 들이대는 새끼용들의 콧등을 벅벅 문질러주었다. 오냐 오냐, 물 마시자 물. 양동이에 떠놓은 물을 용들이 마시기 쉽도록 마구유에 냅다 쏟아넣기 시작하자 새끼용들이 물에 얼굴이 젖도록 파묻고 하늘로 고개를 처들길 반복하며 물을 퍼마신다. 여전히 감자나 씹고 있는 저 얼룩점박이는 무시하도록 하자. 하, 저거 내 귀한 주식인데, 저 용개자식. 이 땅에 떨어진지도 약 이년이 훌쩍 넘어 가을이 다가오고 있다. 얼룩하게 물들어 노랗고 빨간 산등성이를 바라보며 처음 떨어진 날을 되새겨본다. 봄철 장마에 흠뻑 젖은 몸이 차게 식어가고 두려움에 터트린 숨이 허옇게 산의 공기를 물들였었다. 발에 걸린 용의 꼬리에 울음을 터트렸으며 죽기 싫어 젖은 흙을 움켜쥐었던 것도 같다. 기절하고 싶어도 기절하지 못하는 굳건한 제 정신을 얼마나 저주했던지. 끝내 용이 기다란 목을 쳐들고 자신을 바라보다 머리를 자신에게 내렸을 때 죽었다 싶었건만,  하늘에서 벼락같이 내려온 갈누르의 뒷발에 잡아채여 이 낡은 집에 도착하게 되었다.낡은 집 안에 있던 용에 미친 노인과 함께 지내며 이 세상에 적응해갔다. 내가 지내던 세상이 아닌 것도 이제는 안다. 이 곳은 정보의 바다랍시고 손가락만 몇 번 톡톡 두드리면 어떤 정보든 나오는 세상이 아니였고, 몸으로 손으로 하나씩 더듬어 배워야 하는 세상인 것이다. 그 단순한 사실을 인정하기까지가 적어도 반년은 넘게 걸렸던 것 같다. 끼에에악ㅡ, 또 다시 상념에만 빠지려 하면 울어제끼는 저 발요르드 황야 덕분에 퍼뜩 정신을 차리며 뒤집어진 밭에서 튀어나온 감자알들을 주워 낡은 나무통 안에 던져넣는다. " 하, 이걸 또 뭐 해먹나. "저번에는 그냥 삶아 먹었고, 저저번에는 으깨먹었고.. 밀가루 엄청 귀한데 그냥 눈 딱 감고 수제비를 해먹을까. 오늘 하루를 살기 위한 고민으로 나무통을 들여다보며 고민하던 중에 갑자기 어둑해지는 주변에 고개를 돌리자 마침 근처에 착지 중인 올문드가 보였다. 착지한 올문드의 입이 벌어지고 뒤이어 구르르르 소리와 함께 수많은 물고기가 바닥으로 쏟아졌다. 언제 봐도 늘 기가 찬 한 마리의 가마우지 같은 모양새에 입이 저절로 다물린다. 칭찬을 바라듯 머리를 들이미는 녀석의 머리를 손가죽이 벗겨져라 벅벅 문질러주며 흐린 눈동자로 땅 위에서 퍼덕이는 물고기를 쳐다봤다. 그래. 그냥 물고기 비늘 벗겨다 감자랑 같이 꼬치에 꽂아서 구워 먹자. 마음 편하게.벌써 어둑해지기 시작하는 하늘에 용들이 마른 흙바닥 위로 모이기 시작한다. 털이 아닌 비늘이다 보니 부쩍 추워진 날씨에 대비하기 위한 행동으로 마른 흙바닥 위, 주변으로 불을 뿜어 원을 그리기 시작한다. 마른 흙이 불에 구워져 열기를 가지고 타닥이기 시작한다. 훨씬 따뜻해진 주변의 온도에 만족스러운듯 중앙으로 새끼용들을 모아놓고 그르렁거리는 용들의 나직한 노랫소리가 어서 저녁이나 준비하라는 신호처럼 보여 한숨이나 푹 쉬고 낡은 집 안의 도마와 식칼부터 챙기러 발걸음을 돌린다. 세상 살기 참 별거 없으면서도 어렵다는 생각이나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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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9.28 2022.09.28 12:38 (UTC+0)
· 2022.09.27 2022.09.27 14:11 (UTC+0)
[과몰입 감상평] 센추리 : 너르르와르르
 '드르륵ㅡ' '드르륵ㅡ''딸깍 딸깍.'"...응?"평소와 같이 하루 일과를 끝내고 센추리 커뮤니티를 둘러보던 중 못 보던 것이 하나 생겼다."드래곤... 관찰일지?"평소에도 간간히 판타지 소설과 만화를 즐겨봐 왔던 내게는 꽤나 흥미를 끄는 것이었기에, 나는 천천히 마우스 커서를 움직여 그것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아, 이거 최신 순으로 정렬되어있었네."의도치 않게 제일 마지막에 위치한 나이트스내거를 먼저 보게 되었지만, 다른 클래스들은 내팽개쳐둔 채 팬텀만 30시간 넘게 플레이 했던 진성 팬텀 유저인 나였기에 딱히 후회는 되지 않았다.실제로, 다른 클래스들은 한 시간도 채우지 못했으니 이 정도면 집착이라 봐도 무방하리라."그나저나 역시 이런 그림에서도 제일 멋있는건 팬텀 용이구나... 여기서 나오는 건 초반에 무료로 줬던 알인가?"마치 판타지 세계관의 길드에나 꽂혀있을 법한 잡지 같은 모양새의 종이에 기재되어 있던 '안개신전'이라는 글자를 보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도 해츨링은 뭔가 고블린처럼 생겼단 말이지... 그것도 나름 매력이지만."머라우더와 윈드가드의 드래곤들과는 꽤나 다른 아성체의 모습을 가진 나이트스내거였지만, 그 나름대로 귀여운 맛이 있기에 내가 주로 활동했던 곳에서도 호불호가 꽤나 갈렸던 것으로 알고 있다."뭐어.. 앞으로 계속 시리즈로 나오나 보네, 다른 팬텀 용들도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그렇게 관찰일지에 기재된 나이트스내거의 모습을 눈에 담아두곤 나는 새 창을 열어 새로운 이벤트나 소식이 없는 지 확인을 한 후, 다시 나이트스내거의 관찰일지로 들어가 댓글을 하나 남겼다.ㄴ ㄱㅇㅇ..."...응?"그렇게 나는 '귀여워...'라는 댓글 하나만을 남겨둔 채 이상한 숲 속에서 눈을 떴다."여긴... 숲?"빽빽하게 자리한 높고 커다란 나무들과 쿰쿰한 냄새를 풍기는 이끼와 버섯들까지, 언뜻 보기에는 커다란 나무를 제외하면 딱히 신기할 것이 없는 그저 그런 풍경이겠지만 위를 쳐다보자 그런 소리는 할 수 조차 없게 되었다."와아..."거대한 나무들이 가지에 가지를 잇고 어지러이 길을 형성한 곳이 있는가 하면, 수많은 발광 이끼와 버섯들이 곳곳을 장식해 몽환적인 풍경을 자아내는 곳 또한 보였다.마치 이 곳이 다양한 숲의 경계인 듯이 주변을 둘러볼 때마다 휙휙 바뀌는 풍경에 넋을 잃고 구경만 하던 중, 내 손에 붙들린 3장의 종이를 발견했다."이건... 아까까지 봤던 드래곤 관찰일지잖아."각각 블러드체이서와 아이언윙, 그리고 나이트스내거를 묘사한 다소 조잡해보이는 일지, 내가 컴퓨터로 보았던 그것과 똑 닮았다."그러고 보니 몸도 묘하게 가벼운데..."예전에 취미로 운동을 하긴 했었지만 현재는 딱히 하고 있지 않았기에 근육으로 이루어 졌었던 부분이 지방으로 대체되어 말랑말랑했을 팔과 다리가 무슨 돌 덩어리 마냥 딱딱했고 몸이 가벼운 느낌을 받았다."신기하네..."마치 머리는 기억을 하지 못해도 몸은 기억한다는 듯이 익숙하게 허리춤에서 멋들어진 곡검을 빼어 들고 자세를 잡는 모습, 아무래도 일반인의 몸 상태는 아닌 극한으로 단련된 듯한 몸이다.'스릉ㅡ'나는 곡검의 칼날을 내 쪽으로 비춰 나의 얼굴을 확인했다.'우선 얼굴은 생각보다 멀쩡하다,  그렇다면 팬텀은 아니야. 그렇다고 해서 머라우더나 윈드가드처럼 갑옷을 입진 않았고, 스톰레이져처럼 바이킹같은 복장도 아닌 상급품의 검은 가죽으로 만들어진 복장이다. 적어도 내가 알고 있는 클래스는 아닌거 같은데...'그렇게 골똘히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던 중, 마침 내가 들고 있던 종이가 올라갔던 게시글에서 '모험가'라는 단어를 썼다는 것이 기억났다."그래, 꼭 4 클래스만 있으라는 법은 없지. 그리고 이 복장을 봐도 딱히 떠오를 만한 클래스나 스킨도 없으니깐."가볍게 자신의 상황을 살핀 후, 나는 내가 지니고 있는 것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우선 내 품 속에 있는 이 묵직한 주머니부터 살펴보자, 그곳에는 적당한 무게의 주화들이 있었다."꽤나 묵직한데...? 센추리에서 비교적 흔한 드래곤 알이나 성체가 17000, 그리고 보통 갑옷이 16000 정도 하니깐... 드래곤은 토벌하기도, 길들이기도 해츨링 시절부터 기르거나 각인이 되지 않는 이상 어렵다고 설정에서 나와 있었지. 그리고 드래곤의 부산물이 고가에 거래된다고 언급된 부분이 있으니 알이나 온전한 성체는 더 비싸다고 가정하면... 에잉 이게 무슨 소용이야, 어차피 물가나 그런 것도 모르는데."그래픽으로만 보던 주화에 신이나 이것저것 고려해보며 이 주화의 가치를 알려고 해봤지만 결국은 헛수고로 돌아갔다.나는 주화를 도로 조심스래 내 품 속에 모셔 둔 뒤, 매고 있던 배낭을 열어 무엇이 들어 있나 살펴 보았다.낡았지만 여전히 두터운 담요와 후드, 그리고 불을 피우기 위한 부싯돌 대여섯 개와 예비용인지 가죽으로 덧댄 임시 칼집에 잠들어 있는 단검들, 그리고 배낭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며칠 분량의 물과 식량까지, 이곳이 숲의 깊숙한 부분이라는 것을 가정했을 때 차고 넘치는 수준이다."어라?"배낭을 조금 더 살펴보자, 배낭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 기이한 가면을 찾았다.물론, 내가 무척이나 익숙한 가면을 말이다."이건...할벤구르의 우리잖아."내가 센추리를 플레이하며 항상 써왔던 가면을 실제로 보자 왠지 가슴이 벅차오르는 느낌을 받았다.항상 보고 마음에 들었던 가면이라 그런가, 실제로 봐도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이 정도면 이제 더 살펴 볼 거리는 없나..."배낭을 탈탈 더 털어봐도 나오는 것은 여기 저기 숨겨둔 비상금 비슷한 것 밖에 없었기에, 다시 모든 것을 배낭에 넣고 이곳에 계속 있어봤자 할 수 있는 건 없는 것 같아 조심스럽게 숲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얼마나 지났을까, 빽빽한 나무들 사이로 높게 솟아 있던 해는 어느덧 여러 번 나타났다 사라지고를 반복하였으며, 보존 식량이 간당간당 할 때 쯔음에 마지 못해 시작했던 이 곳에 서식하는 멧돼지나 사슴같은 것들을 사냥해 잡아먹고 남은 것은 말려 다시 배낭에 그것을 집어넣는 일도 익숙해 졌다.물론, 도축이나 사냥에 관한 지식은 내게 전혀 존재하지 않았지만 그것이 필요할 때는 이 몸 주인의 기억인지 무척이나 능숙하게 그 일을 해냈다.깨끗한 식수를 구하거나 굶주린 것들 - 예를 들어 내가 3 일차 밤에 꼬리를 밟을 뻔한 나이트스내거라던가 - 을 피해 길을 찾고 도처에 널린 이끼나 열매들의 식용유무를 판단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였기에 내 걱정과는 다르게 나의 이세계 자연인 생활기는 나름 쾌적했다.그날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떨어진 식량을 구하기 위해 사냥을 나섰을 때였다. 홀로 무리에서 떨어진 사슴 비슷한 동물의 흔적을 발견하고 쫓고 있을 때, 이상한 흔적을 발견했었다.부서지고 그을린 나무들과 회생불가 수준으로 꺾여있는 작은 식물들, 그리고 뾰족한 가시에 쓸린 것 같은 흔적과 곳곳에 흩뿌려진 아직 다 마르지 못한 진한 피까지.명백한 드래곤의 흔적이라고 보이나 그 이상은 모르겠다.나는 잔뜩 긴장한 채로 허리춤의 곡검과 나름 단단하게 만든 나무 방패를 장비하고는 홀린듯이 그 흔적을 따라가기 시작했다.잔뜩 긴장된 내 몸과는 다르게 내 마음 속은 긴장과는 다른 두근거림이 가라앉지를 않고 있었다.그야 지금껏 만난 드래곤이라고는 3일 차 밤에 꼬리만 보였던 이름 모를 나이트스내거뿐이었기 때문이다.그러한 두근거림을 안은 채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자, 마침내 드래곤의 윤곽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몇십 년간 진하게 숙성된 레드와인과도 같은 진홍빛 색상에 짙게 퍼진 검붉은 색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고고한 자태에 위엄을 더했고, 크고 작은 뿔들이 이 동물이 무척이나 위협적인 괴수라는 것을 알려주듯이 그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다."흐.. 흐랄이다."마치 한숨을 뱉어내듯이 나온 그것의 이름, 흐랄.어둠의 방랑자라는 이명을 가지고 있으며 실존하는 지에 대한 문건조차도 이미 오래전 소실되었기에 구전 설화로만 간간히 내려져 오고 있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는 전설의 나이트스내거이다.'그리고 내가 이 게임을 시작하고 가장 먼저 산 드래곤이기도 하지.'실제로 보는 드래곤의 모습에 잔뜩 흥분한 나의 기척이 그것에게도 느껴졌는지, 그것은 내가 있는 곳을 정확히 노려보며 낮게 소리를 내었다."그르르르.. 끄드득..."'침착하자, 모습을 보니 무슨 이유에서 저렇게 심한 부상을 입었는 지 모르겠지만 나이트스내거의 습성 상 내가 먼저 자극하거나 공격하지 않는 이상 공격 받는 일은 없을 거야.'빠른 속도로 머리를 굴린 나는 무척이나 조심스럽게 그것을 향해 전날 사냥했던 사슴의 뒷다리를 들고 접근했다."그르륵?"녀석은 나를 갸웃거리며 내가 들고 있는 고기에 바로 관심을 보였다.녀석이 보는 앞에서 내 무기를 바닥에 두고 다가가서 그런건지는 몰라도 갑작스래 온순해진 녀석에게 다가가 바로 앞에 고기를 내려놓자, 바로 한 입에 삼켜버리는 걸 보고는 흠칫 놀랐다.바로 앞에서 나보다 곱절은 큰 녀석이 두툼한 사슴의 뒷다리를 한 번에 삼키듯이 먹어버렸으니 오죽하겠는가.하지만 놀란 나의 감상과는 별개로, 가까이서 본 녀석의 상태는 심각했다.머리의 측면에서부터 뒤로 길게 늘어진 한 쌍의 뿔은 부러지거나 아예 뽑힌 상태였고 내부의 발열기관 또한 먹이를 삼킬 때 봤던 상황으로 보아 완전히 망가진 것으로 보였다.이것 뿐이라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진짜 문제는 옆구리에 난 상처다.도망치면서 가지에 찔린건지 아니면 싸움 도중에 생긴 건지는 알 수 없으나 긴 자상이 나있는 것이 육안으로 봐도 상당히 심각해보인다."살 날이 얼마 안남은건가..."이 녀석이 왜 갑자기 내게 경계심을 푼 건지는 이해가 가지 않지만, 나는 그저 묵묵히 녀석에게 아직 작업을 다 하지 않은 날고기들을 조금씩 먹여주었다."그래...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곱다더라.""그르릉..."내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건지 갑작스래 내 손에 천천히 얼굴을 비비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착잡해졌다."허 참, 분명 죽기 직전의 야생동물은 모든 걸 경계하고 예민할 때 아닌가?"나는 녀석의 주둥이를 천천히 쓸어내리며 조금 더 다가갔다. 이 녀석이 날 해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어?"그러자 보이는 작은 형상, 그것은 분명 흐랄의 알이다.애초에 센추리에서 흐랄을 입수하는 방법을 알 밖에 없으니 누구보다 그 모습을 잘 안다.마치 적갈색의 용과를 크게 키워놓은 것만 같은 외형이나, 이것을 앞에 두곤 그 누구도 웃어넘길 수는 없을 것이다."지금까지 남아있던게 이 알을 위해서인건가..."녀석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래 알을 쓰다듬어주자, 녀석은 기쁜 듯이 내 몸에 고개를 부벼왔다."대체... 설마 네가 죽으면 키워달라는 의미인가?"설마하며 알을 가리키다가 나를 가리키자 녀석은 일말의 고민도 없이 내게 고개를 끄덕였다."허 참... 생 전 처음 본 사람한테 이런걸 맡기냐.."나는 허탈한 듯이 알 옆에 도로 주저앉아 말없이 남아있던 고기들을 녀석의 입에 넣어주었다.아무래도, 이 인연은 무척이나 질기고 오래 갈 것만 같은 예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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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9.27 2022.09.27 13:36 (UTC+0)
· 2022.09.27 2022.09.27 08:19 (UTC+0)
· 2022.09.27 2022.09.27 01:00 (UTC+0)
· 2022.09.26 2022.09.26 03:42 (UTC+0)
· 2022.09.24 2022.09.24 13:06 (UTC+0)
· 2022.09.22 2022.09.22 15:46 (UTC+0)
· 2022.09.22 2022.09.22 15:23 (UTC+0)
[과몰입 감상평] 센추리 : 초심심
(매우매우 주관적인 캐릭터 해석이 들어가있습니다.)몇 달 전의 일이다. 사흘간의 사막 횡단. 부족한 물자와 식수, 그리고 하루에 양을 세 마리씩은 집어먹는 호위 드래곤들까지. 정신이 나가버리기 직전에 겨우 도착한 마을에서의 휴식은 참으로 달고, 달았다. 으레 술집들이 다 그렇듯이, 과음으로 퍼질러졌거나/퍼질러질 인간들, 뜨끈한 수프와 빵, 그리고 드디어! 마시게 된 이 맥주는, 그동안의 노력이 참으로 보잘것없어지는 순간일 수가 없었다. “합석해도 되겠나?”약간의 희끗희끗한 수염, 푹 덮어쓴 모자, 그리고 호주머니에 넣었지만 길게 튀어나온 깃펜.학자라고 말하기에는 뭔가 낡아 보이고, 또 모험가라 말하기엔 또 요상한 복장의 그를, 뭐 하는 작자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물어보지 않는 것이 불문율 아니겠는가? “아무렴요.” “그럼 감사히. 여기 맥주 하나.” 한잔 들이키면서, 그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상단에서 나왔나 봐? 호위며, 물자며, 무더기로 다니는구먼.” “예, 그렇습니다. 저번에 블러드체이서들한테 상단이 한번 탈탈 털린 이후 잠잠한 시기 아닙니까. 옮길 수 있을 때 옮기는 중입니다. 그쪽에서는 목적이 어디인지요?” “아, 나는 개인 연구자네. 블러드체이서들의 동향을 보느라 잠시 들렀지.” “오! 저도 상단 소속 연구자인데, 혹시 분야는 어떻게 되시는지요?” “드래곤들. 가슴이 떨리는 일 아닌가?” “햐, 그게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입니까? 드래고니어들도 간신히 다루는걸.” “뭐, 사정사정도 하고. 부탁도 하고. 먹이도 가져다주고. 비용은 깨지지만 말이야.” “아유, 저는 돈을 줘도 못 할 것 같습니다. 배고픈 그놈들의 먹잇감이 되는거보다야, 지루해도 쫄래쫄래 상단이나 쫓아다니는 게 낫죠.” “그래도 상단은 금화든 은화든 눈에 불을 켜고 털려 하는 데다, 요즘은 식료품도 털어가지 않나?” “블러드체이서들만 조심하면, 크게 그렇지만도 않으니까요. 오히려 이번처럼 왕실 물품으로 두둑이 옮기면, 윈드가드들이 호위도 붙고 해서 큰 문제는 없습니다.” “블러드체이서들보다 한술 더 뜨는 게 아이언윙들인데, 아직 순진하구먼?”뭐, 이리저리 정신없이 마시는 동안에 누군가 옆에 앉았고, 또 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하는 건 흔한 일이다. 하지만 과연, 이 인간이 말하는 것은 믿을 수가 없었다. “그 허무맹랑한 소리를 누가 믿습니까. 아니, 그 녀석들이 말은 못 해도 나름 똑똑한 녀석들입니다. 죽을뻔한 상단을 구한 적도 꽤 많은 데다가, 여기 윈드가드들도 몇 있습니다. 그 말은 좀 심하시네요.” “에이, 한번 듣고 나면 무슨 말인지 알 걸세. 좀 심하게 말한 건 미안하다만,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네.” “허, 들어나 봅시다.” 그렇게 그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  소속이야 자유로이 바뀌는 것인 것은 누구나 알 걸세. 나도 몇 년 전까지는 ‘저 죽일 놈의 블러드체이서들, 돈을 뺏어갈 바에는 차라리 날 죽여라! 블러드체이서들에게 죽음을!’ 하고 다녔지. 머라우더들도 보일 때마다 은근슬쩍 뒤통수 한 대씩 갈겼고. 쌈박질도 꽤 많이 해봤어. 그날도 비슷비슷했지. 대규모 운송단, 금이랑 은이랑 잔뜩. 자네처럼 왕실에서 오는 거라 호위들도 서너 명 붙었어. 전부 윈드가드, 아이언윙이였고. 하루하루 가고, 또 가고. 깜깜한 밤에, 그 흔한 숲 안쪽쯤 지나가는 길목이었어. 높은 지대도 아니고, 동굴이 많은 것도 아닌 곳이었는데, 뭐가 문제인지 그렇게 아이언윙들이 시끄러워지더라고. 나이트스내거? 그들은 야행성이어도 외딴 녀석들이나 건드리지, 이런 대규모 행상단은 건드리지 않아. 그렇다고 죽일 놈의 블러드체이서는 아니었을 거란 말이지. 여기서 잠깐. 윈드가드들은 참 충직한 신하들이지. 헌데 그 충직함만으로는 뭔가 부족한걸 느꼈을 거야. 충직함은 마음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고, 어느 정도 두둑한 지갑에서 나오는 것을 그들 자신도 알고 있었던 거야. 그 쥐꼬리만한 군대의 봉급으로, 저런 위스키는 어떻게 마시는지 설명해볼까? 그래, 눈치챘을거야. 아이언윙이지.처음엔 뭘 하는가 싶었어. 한둘이 나와서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둘러앉아서 조그맣게 울어대고. 마치 수신호를 하는것마냥 일사불란하게 움직였어. 직감상 이 짓을 한두번 해본 녀석들은 아니란게 느껴졌지. 우리 호위쪽의 반응도 뭔가 꺼림칙했고. 블러드체이서들한테는 그렇게나 예민하게 화염구를 날리던 녀석들이, 그냥 가만히 앉아서 얌전한 강아지마냥 기다리고 있었다니까? 그렇게 몇분쯤, 나는 짐짝 안에 숨어서 기다리고 있었고, 그리고 보았지. 도적보다도 더한 아이언윙들의 속셈을. 그들은 짐짝을 전문적으로, 신속하게, 그리고 마치 이게 들통나면 안되는 것을 아는것마냥 각 짐짝에서 조금씩 금화를 뜯어갔어. 우리 호위 아이언윙들도 마찬가지였고. 두런두런대면서 그런 모략을 꾸미는게, 대담하다 느껴지면서도 저게 과연 드래곤인가도 싶더라고. 드래곤이 사회성을 말아먹은건 누구나 아는 일일텐데. 저게 어떻게 가능한 것이냔 말이야. 한참을 넋놓고 보고있는데, 목에 칼이 들어오지 뭐야. “보고있었군, 학자.” 언제인지도 모르게, 기다란 창이 내 목을 휘어감고 있었어. 뭐라도 까딱하는 순간 목이 날아갈 판이였지. “목격한 자는 죽어야 한다.” 그렇게 들어올려진 창이 나를 향해 날아오는데, 무슨 객기인지 나도 발악을 했지. “나는 이 거대한 행상단의 유일한 드래곤 전문가이자 유일한 지도요! 날 죽이면 블러드체이서의 밥이 될 뿐일세! 그깟 골드를 위해 모든걸 잃을셈인가?” 움찔하는 것이 보였어. 호위하라고 넷이나 붙여줬는데, 호위 실패가 그 결과면 그들도 참수형이거든.“너를 데려가나, 사형을 당하나 비슷하다.” “좀더 불명예스럽게, 바닥에 굴러다니는 똥덩어리마냥 더럽게 죽는 것이 목적이면 그렇게 하시고. 그대는 군인으로서의 품위도 없는가? ” 창을 잡은 손이 살짝은 떨렸어.“다음 객지에서 지리 전문가를 만날 때 까지만이다. 운이 좋은줄 알도록.” 매서운 눈초리였지. 그리고 그 거짓말을 하는 눈을 내가 믿을리도 없었고. 그놈이 돌아가자마자 나는 뛰어내렸고, 전속력으로 숲속으로 도망갔어. 뛰고 또 뛰고, 그래도 다행이 숲속이라 드래고니어들이 쫓지는 못했지.  그렇게, 이곳에 겨우 도착해서. 처음으로 잠깐 쉬었네. 그게 벌써 몇 년 전이구만....  ...장황한 그 이야기를 마치고, 그는 맥주를 마저 들이켰다. 나는 뭘 대꾸할 겨를도 못하고 듣고만 있었다. 아이언윙들의 집단 약탈, 그리고 윈드가드들의 준-약탈 행위, 그리고 탈주와 생존...이...라... 이게 가능한 일인가??“진위 여부는 그렇다 치더라도, 어떻게 살아계신겁니까?” “드래곤 전문가가 인간한테 죽겠나. 드래곤한테 죽었으면 몰라도. 대강 몇 년 도망다니다가, 왕국에서 그러한 부정부패 윈드가드들이 갈려나가고 나서야 나도 안심하고 돌아다닐 수 있었지. 뭐 지금은 물어봐도 다 쉬쉬 하겠지만. 그 이후부터 아이언윙들이 길조라 하는 말은 참 헛소리같지 뭐야.” “이게 진짜일리가 없을텐데, 뭔가 또 믿음이 생기기도 하네요.” “믿는건 맘대로 하시게. 난 떳떳하니. 들어주어서 고맙네. 이건 내가 쏘지.” 그는 은화 두 개를 가볍게 내려놓고 옷을 툭툭 털며 걸어나갔다. 그리고 그의 자리에는, 아이언윙을 그려놓은 이 종이 한 장 만이 남아있었을 뿐이다.별것도 아닌 물건이지만, 이 사회성이라는 한 단어를 볼 때마다 그가 떠오른다. 언젠가는 또 만나, 그와, 그가 쫓던 그 드래곤의 향취를 만나볼 수 있기를...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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